그림을 잘 그릴 필요는 없다
업무를 그림으로 정리한다고 하면 복잡한 순서도와 많은 기호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멋진 도면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종이에 입력·확인·전달이라는 상자 세 개를 그리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목적은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설명할 때 지나쳤던 연결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상자 안에는 화면 이름보다 행동을
‘관리 페이지’라고 적으면 그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다시 설명해야 합니다. ‘요청을 접수한다’, ‘일정을 확인한다’, ‘결과를 전달한다’처럼 행동을 적어보세요.
각 상자 옆에는 담당 역할을 붙입니다. 이름 대신 접수 담당·검토 담당처럼 역할을 쓰면 담당자가 달라져도 그림의 뜻을 유지하기 쉽습니다.
다음으로 상자를 옮길 때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화살표 위에 적습니다. 요청 내용만 있으면 되는지, 확정된 일정이나 확인 표시가 있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핍니다.
화살표가 말해주는 빠진 업무
가상의 문서 발송 과정을 그려보겠습니다. 접수 다음에 바로 발송을 놓으면 과정이 짧아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수신 주소를 확인하고 최종본을 고르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일을 접수 담당이 하는지 발송 담당이 하는지 정해져 있지 않다면, 그림을 짧게 만든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일이 빠진 것입니다. 화살표 사이에서 누군가 조용히 해오던 일을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예외는 색 하나로 따로 남긴다
모든 예외를 첫 그림에 넣으면 선이 많아져 읽기 어렵습니다. 우선 가장 자주 일어나는 흐름을 그리고, 결과가 달라지는 대표적인 예외를 하나만 추가해봅니다.
예를 들어 정보가 부족하면 접수로 돌아간다는 선을 다른 색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되돌아갈 때 무엇이 부족한지도 남겨야 다음 사람이 같은 요청을 다시 보내지 않습니다.
이때 색이 유일한 구분이 되지 않게 ‘추가 확인 필요’ 같은 글자도 함께 적는 편이 좋습니다.
그림을 검토하는 간단한 방법
그 업무를 처음 맡은 사람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요청 하나를 가정해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게 합니다. 실제 자료를 공개하기 어렵다면 가상의 이름과 값을 사용해도 됩니다.
- 어디에서 시작할지 바로 찾을 수 있는가
- 다음 단계로 넘길 조건을 알 수 있는가
- 문제가 생기면 돌아갈 곳을 알 수 있는가
- 끝났다는 기준이 보이는가
그 사람이 멈추는 곳은 설명을 보태거나 순서를 다시 정리할 후보입니다.
한 장을 완성한 다음에
그림이 맞는다고 바로 새 화면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기존 양식의 항목 이름을 바꾸거나 확인 순서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A picture is worth a thousand words. 한 장의 그림이 유용한 이유는 설명을 멋지게 줄여서가 아니라, 서로 같은 과정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