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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과 기록

‘금요일까지’라는 말에 서로 다른 세 개의 마감이 숨어 있다

금요일에 처음 보내면 되는 사람과 금요일에 바로 써야 하는 사람. 날짜는 같아도 서로 기다리는 장면은 다르다.

목차
한눈에 보는 생각
01초안 제출02의견 취합03최종본 확정
WORKGROWTH ·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직접 구성한 그림

“금요일까지 부탁드려요.”

짧고 익숙한 말이다. 그런데 금요일 아침에 파일을 받는 사람과, 금요일 퇴근 전까지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사이에는 꽤 긴 시간이 있다.

날짜를 잘못 들은 것도 아니다. 둘 다 금요일로 기억한다. 다만 한쪽은 그날 쓸 준비가 끝나길 바랐고, 다른 쪽은 그날 처음 보내려고 했다.

나는 마감을 정할 때 날짜만 맞췄다고 안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때 어떤 상태여야 하는지도 같이 말해야 한다. 작성 중인 파일이 도착하면 되는지, 검토까지 끝나야 하는지. 같은 날짜 안에 서로 다른 마감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보내는 순간과 쓸 수 있는 순간 사이

가령 금요일 오후 3시 회의에서 쓸 자료를 부탁한다고 해보자. 이 글에서 쓰는 일정은 설명을 위한 가상의 예시다.

금요일 오후 2시에 초안이 도착하면 날짜만으로는 맞춘 셈이다. 하지만 숫자를 확인하고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면 회의 전에 끝내기 빠듯하다. 받는 사람에게는 그때부터 할 일이 시작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더 일찍 달라고 하는 것도 애매하다. 초안만 필요한 단계인데 완성본을 요구하면, 중간에 방향을 바꾸기 어려워질 수 있다.

우선 무엇을 기다리는지부터 나눠보면 좋겠다.

마감의 종류그때 필요한 상태다음에 하는 일
초안 전달방향과 주요 내용을 검토할 수 있음빠진 내용과 수정 의견 확인
검토 의견 전달반영할 의견이 모여 있음작성자가 수정하고 필요한 부분 재확인
최종 확정사용할 내용과 버전이 정해짐회의 준비와 참석자 전달

모든 자료에 이 세 단계를 따로 잡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여러 사람의 확인이 필요한 일이라면, ‘완료’라는 말 하나로 묶기 전에 살펴볼 만하다.

실제로 쓰는 시각에서 거꾸로 가본다

금요일 오후 3시에 써야 한다면 그때까지 작성만 끝나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파일을 전달하고 열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큰 문제는 없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할 여유도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을 남겨두고 거꾸로 일정을 잡아보자.

시점맞춰볼 약속
수요일 오후 5시주요 내용과 확인이 필요한 부분을 담은 초안 전달
목요일 낮 12시검토 의견을 모아 작성자에게 전달
금요일 오전 10시수정 내용을 확인하고 사용할 파일 확정
금요일 오후 3시회의에서 자료 사용

이 시간표가 모든 업무에 맞는 건 아니다. 짧은 자료라면 지나치게 넉넉할 수 있고, 여러 부서가 보는 자료라면 부족할 수도 있다. 내용의 양과 확인할 사람을 보고 조정하면 된다.

여기서 눈여겨보는 건 초안과 확정 사이의 시간이다. 작성자의 손이 잠시 떠난 뒤에도 일은 계속된다. 누군가 확인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시간도 일정 안에 넣는다

파일을 보낸 사람은 자기 일을 끝냈다고 느끼기 쉽다. 검토하는 사람은 다른 일을 마친 뒤에 열어볼 수 있다. 둘 사이의 기다림이 길어지면 수정할 시간이 줄어든다.

그래서 초안 마감만 정하지 말고 검토 의견을 언제 돌려줄지도 같이 정하고 싶다. 작성자에게만 시간을 지키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의견을 여러 사람이 따로 보내는 일도 생각해봐야 한다. 마지막 순간에 서로 다른 수정 요청이 오면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다시 물어야 한다. 의견을 모을 사람이 필요한지, 충돌하면 누가 정할지 정도는 맞춰두면 좋겠다.

표를 촘촘히 채우는 일보다 실제로 다음 일을 시작할 조건이 갖춰지는지가 중요하다.

부탁하는 문장도 조금 바꿔본다

‘금요일까지’라는 말을 무조건 길게 풀 필요는 없다. 중요한 자료 하나라면 이 정도로 적어볼 수 있겠다.

금요일 오후 3시 회의에서 사용할 자료입니다. 수요일 오후 5시까지 초안을 주시면 목요일 낮 12시까지 검토 의견을 모아 전달하겠습니다. 금요일 오전 10시에는 사용할 파일을 확정하려고 합니다. 이 일정으로 가능한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상대가 지켜야 할 시간만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언제 의견을 줄지도 적혀 있다. 지금의 업무량으로 어려우면 초안 범위나 확인 순서를 미리 조정할 수도 있다.

초안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도 덧붙이면 더 편하다. 숫자까지 확정해야 하는지, 구성만 먼저 봐도 되는지. ‘일단 보내주세요’라는 말 뒤에 서로 다른 기대를 두지 않게 해준다.

검토가 늦으면 무엇을 바꿀까

목요일 낮에 주기로 한 의견이 금요일 아침에 왔다면, 처음 정한 확정 시각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때 작성자에게만 급히 끝내달라고 하면 실수할 여지가 커진다.

반드시 반영할 수정과 다음에 고쳐도 될 부분을 나누거나, 사용하는 범위를 줄이거나, 회의 일정을 다시 맞춰야 할 수도 있다. 적어도 무엇을 그대로 유지하고 무엇을 바꾸는지 함께 정해야 한다.

날짜가 적혀 있다고 필요한 시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앞 단계가 늦어졌을 때 뒤 단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보여야 협의도 할 수 있다.

작은 일에는 작은 약속이면 된다

개인 메모 하나를 전달하는 데 이런 표까지 만들 필요는 없겠다. 확인할 사람이 한 명이고 바로 쓸 수 있는 자료라면 ‘금요일 오전까지 보내기’ 정도로 충분할 수 있다.

반면 같은 날짜를 지켰는데도 늘 막판에 분주해지는 일이라면 한번 나눠보자. 처음 받는 시점, 의견이 돌아오는 시점, 실제로 쓸 준비가 끝나는 시점. 그중 빠져 있던 약속이 있을지 모른다.

내가 마감에서 알고 싶은 건 날짜 하나보다 그날의 장면이다. 파일이 막 도착해 있는지, 아니면 열어서 바로 쓸 수 있는지. ‘금요일까지’라는 말 뒤에 그 장면을 조금만 더 붙여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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